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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점마을소식 담 넘어 오가는 인정
2021-08-03 10:25:44
임재수 <> 조회수 161
121.183.105.20

점심시간에 담치기하던 녀석들이 잡혀서 학생과로 끌려왔다. 나갈 때는 교문으로 당당하게(?)나갔지만 들어올 때는 교문에서 단속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담을 넘었던 것 같았다. <엎드려 뻗쳐>를 시켜 놓고 한방씩 갈기려던 학생과장 선생님이 그냥 일으켜 세웠다. [자신의 과오를 먼저 승복시키고 난 후에 벌을 주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며칠 전의 연수가 생각났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그래 이놈들아 멀쩡한 교문 놔두고 담을 왜 넘어?] 이때 내 옆에 있던 송모샘이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니 교문을 지키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는 나와 같은 신규였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졸업을 한 3년 선배였다. 설교인지 훈시인지 계속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이 담을 넘는지 아나? 한밤중에 남의 집에 도둑질하러 가는 놈들밖에 없다. 그리고 이도령처럼 허파에 바람든 놈 춘향이 만나러~]. 거침 없이 나오던 말씀이 그만 그쳤다.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을 참는 소리에 그만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놈들아 앞으로 절대로 그카만 안댄데이!
--....
--알겠나?
--알겠습니다!
--알았으만 엎드려!
모두들 엎드렸다. 그런데 학생 00가 벌떡 일어섰다.
--맞을 땐 맞을 갑시라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해봐!
--담 넘어 댕긴 것이 꼭 나뿐 짓만은 아입니더.
--그럼 잘했다 이말이가?
--아닙니다! 이웃간에 인정도 너머 댕긴다 이말입니다.
--무슨말 하는거야?
--우리집에 떡하만 담너머 뒷집으로 가고,
--또?
--뒷집에서 고기국 끼리만 우리집으로 건너 오기도 합니다.
--햐 이놈바라 제법이네!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묘한 표정을 짓던 학생과장님이 나를 향해 돌아섰다.
--문예반 임선생님 이놈아 잘 지도해 보이소. 상상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때는 주당 스물 다섯 시간의 정규 수업에 보충 수업 매일 두 시간 그리고 잡무까지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글쓰기 지도는 내 능력 밖이었다. 학생들 인솔하여 무슨 백일장인지 한번 다녀온 것이 문예반 지도교사 역할의 전부였다. 그리고 다음 달쯤 입대하고 말았으니 그 00과의 인연은 끝이었고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난다.

사나흘 전 모모씨가 전화를 했다. 어디냐고 묻기에 집이라고 했더니 만나자고 했다. 어떻게 만나냐고 반문했더니 엄마 보러 집에 와 있다고 했다. 오지도 말고 가지도 말고 담 넘어로 잠시 만나자고 했다. 나가 보니 지갑에서 현찰을 꺼내서 내밀었다. <동네 어른들 모일 기회가 오면 **이라도 대접하라>는 당부와 함께.

--머 이렁걸 다!
--약소하지만 이해해줘!
--천만에! 잘 전할게!

다른 곳에서 들은 <현금 찬조도 좋지만 얼굴 찬조가 더 고맙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에서 맴돌다 말았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세상이 다 아는 그 이유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좋은 안주에 막걸리 준비해서 나를 불렀다. 올 때마다 그러더니 요즘은 뜸해졌다. 자주 오기는 하지만 밖으로는 잘 안 나온다. 담 너머 차가 보이면 온 줄 알고 사람이 보이면 인사를 한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는 것이다.

00의 말처럼 산골마을에서는 그릇에 담긴 인정이 담장을 넘어 오고 간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들도 그랬고 요즘도 그렇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맛있는 음식 대신에 현찰이 건너왔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웃 간의 정이 담장을 넘어 다니지만 말고 함께 모여서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꼭 오고야 말 것이다.